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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심부름도 교육이다

심부름도 교육이다

“아빠 저 설거지했어요!” 엄마가 감기에 걸려 누워 있는 동안 점심 설거지를 다 해치운 원호가 집에 들어서는 아빠를 보자마자 자랑이다. “아빠, 나도 도왔다요.” 지윤이도 신이 나 한마디 거든다. 아이들이 벌써 이만큼이나 컸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아이들은 부모를 도와주고 인정받기를 좋아한다. 물 한그릇 떠오고 신문 가져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기쁘게 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집안 일을 도우며 심부름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이다. 심부름을 제대로 하게 되면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고 다른 일도 스스로 해결할 자신감을 지니게 된다. 심부름을 통해 집안 일에 참여하므로 가족 사랑도 커진다. 심부름으로 부모를 도와준 아이들은 커서도 남을 기꺼이 돕게 된다. 아이들이 집안에서 부모를 돕는 심부름은 가족 구성원으로서뿐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바르게 크도록 도와준다. 원호가 어릴 때부터 집안 일을 열심히 도와주더니 학급일에 적극적이라고 선생님께 칭찬받고 있다며 원호 엄마는 흐뭇해한다.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할 수 있는 심부름이 다르다. 이른 아이는 돌만 좀 지나도 엄마 말을 알아듣고 우유병을 집어준다. 2돌쯤 되면 방바닥에 떨어진 것을 가져다 달라는 엄마의 말에 뒤뚱거리며 집어온다. 3살쯤 되면 옷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거나 식탁에서 수저 정리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고, 4살쯤 되면 방 청소도 좀 도와주고, 5살쯤 되면 가까운 상점에서 물건을 사 오는 심부름을 할 수 있다. 6살쯤 되면 아빠 구두도 닦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일들을 잘할 수 있으려면 어릴 때부터 심부름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좋다.

심부름은 아이에게 집안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집안 일을 도와 달라고 부모가 부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하도록 의욕을 높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호야, 신문!”이라는 외마디 명령조보다는 “원호야, 아빠가 신문 보고 싶은데 가져다 줄 수 있겠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심부름 잘한다고 지나치게 일을 맡기다가는 심부름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만화영화처럼 재미있는 일에 몰두해 있을 때 심부름을 시켜서는 거절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피하는 게 좋다.

심부름은 또한 아이의 능력을 스스로 시험하게 하는 기회이다. 아이가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치는 것은 좋지 않다. 설거지를 좀 부실하게 하긴 했지만 우리는 원호와 지윤이가 설거지한 바로 그 그릇으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또 시킨 것을 잘못했을 때 야단을 치면 다음부터는 심부름하기를 겁내고 스스로 움츠러들 위험이 있다. 아이를 키울 때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몇번 시범을 보여줘도 잘 못하면 아이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다독거려주면서 좀더 쉬운 일을 시키는 것이 좋다.

집안 일을 돕는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아이들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아이들에게 심부름할 기회를 주어보자.